전시서문
<김종우-경희대학교 한의학과 교수,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불안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옆에 있다. 우리는 아마도 옆에 있는 불안을 회피하면서 살아왔을 것이다. 그 불안을 멀리하면서 잠시 편안함을 얻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애써 회피했던 불안은 어느새 또 옆에 와 있다. 꼬리의 꼬리를 무는 작업이 진행된다. 늘 그렇듯 다시 불안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나의 모습을 본다.
집이란 ‘쉼’을 대표하는 말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집 밖의 스트레스로 부터 벗어나 쉼을 찾으려 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찾은 집에서 정작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집은 잠시의 시간의 내어 그저 보내는 나그네와 하숙생의 공간이 되어 버렸다.
작가는 작정을 한듯하다. 불안을 회피하지 않고 직접 맞닿아드릴 장소로 집을 선택했다. 회피했던 불안을 집이라는 공간에서 만나게 된다. ‘쉼’의 장소라고 생각했던 공간은 도리어 불안을 직면하게 되는 장소가 되었다.
불안은 외부적인 자극을 스스로 ‘불안’이라는 정서로 해석하면서 마음 속에 계속해서 두고 가는 것이다. 물론 회피를 통해서 피할 수도 있다. 그렇게 계속 어느 구석으로 미루면서 “나는 불안하지 않다”라고 반복하여 대뇌이고 있다. 그렇게 회피하던 불안을 나 혼자 있는 집에서 똑바로 만난 것이다.
“My Sweet Home"이 진정으로 휴식의 공간, 치유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불안이 그대로 드러나고, 그 드러남이 자연스럽게 수용되어야 한다. 작품 속의 “My Sweet Home”은 우리가 편안하게 받아들일 그런 집은 아니다. 도리어 애써 피하고 싶은 집의 모습이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회피했던 불안을 풀 수 있는 “집”이 없다면 불안은 어디서 치유 받을 수 있을까?
작품을 보고 있으면 우선 당황스러움 툭 튀어나온다. 편안해야 할 집에서 하필 애써 외면했던 불안의 감정을 만나야 하는가? 불안은 잠시 증폭이 된다. 관찰과 수용의 시간을 잠시 가져본다.
우리가 만든 불안이 작품에 그대로 드러나면서, 이곳 “My Sweet Home"에서 받아들여질 때를 기다려 본다. 그렇게 치유의 과정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