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op Room》
루프 Loop는 계속해서 반복되는 사이클을 뜻한다. 영화 〈 이터널 선샤인 〉 은 시간을 소재로 한 타임루프물로, 두 주인공은 기억을 잃어가는 중에 첫 만남이 이루어진 장소인 ‘몬탁에서 만나’라 고 말한다. 순환 궤도를 돌고 있는 루프 속에서 과연 무엇이 처음이자 끝일 수 있을까.
《 Loop Room 》 은 동시대가 루프에 빠졌다는 가정에서 시작된다. 디지털 기술 발전은 영원히 죽 지 않는 정보를 보장했고, 이러한 좀비화는 루프의 등장을 재촉했다. 불분명한 데이터의 처음과 끝, 계속해서 반복되는 경제·사회·보안 사건의 매커니즘은 시간이 선형적인 것이 아닌 원형적인 것이라 가늠하게 한다. 루프 사회의 특징인 데이터의 영원성과 사건의 소환과 반복을 두 작가의 작업으로 더듬어본다. 가시적 실체의 존재, 비가시적 에피소드의 부재라는 두 작업의 연결성은 우 리가 살아가고 있지만 인식하지 못하는 루프 사회의 속성을 대변하기도 한다. 이러한 가정은 현 시대의 모습 중 한 조각을 부각해 보여줌으로써, 무한함을 내세우는 동시대에 유한하기에 유의미 한 인간을 사유하게 하며, 디지털 시대에 부여받은 정보의 불멸성을 비판적 태도로 바라보기를 촉구한다.
데이터의 완전한 삭제가 불가한 현대에 무한히 복제-생성 가능한 디지털 이미지의 특징은 루프 의 성질과 닮았다. 디지털 생산 이미지의 속성을 연구하는 최원교 작가는, 더 나아가 디지털 레이 어를 가시화한다. 계속해서 쌓아 조각하고 조합하며 데이터로만 존재하는 이미지에 인간의 수행 성을 더해 시각적 체감화를 도전한다.
사건의 소환과 반복의 원리를 작업을 통해 짐작해 본다. 이재균 작가는 지역 사회 갈등과 사건 이 있었던 곳을 배경으로 연막탄을 터뜨려 새로운 내러티브를 생성한다. 여러 로케이션의 풍경 속, 연막탄으로 연속되는 이미지는 이곳에 사건이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마치 자연 속 존재하는 인공물의 반복이 이곳을 도시라 되뇌이게 하듯, 하나의 트리거는 무언가를 계속해서 호출한다.
글. 이가은 (기획)